야설: 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14장 | 야설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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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14장
최고관리자 0 19,043 2022.11.04 05:04
프랑스 월드컵의 추억발직한(?) 은정이, 그리고 효진이가 생각해낸 계획이란 건 그랬다. 그녀들은, 8월달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학원을 그만 둔 뒤, 서울로 와서 실기 학원을 다니면서 실기는 따로 준비하고, 나와 과외를 하면서 수능 준비를 별도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모님들한테는 나를 내세워서 명분을(?) 갖추고, 설득을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역시, 엉뚱하고 맹랑한(?) 녀석들이었다. 그녀들의 말이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나는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일단, 그녀들의 의도가, 정말 순수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친한 친구 둘이서 자주 만날수 있고, 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다는 것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은정이가 서울에서 실기 준비를 하고, 수능 준비를 하겠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효진이를 끌어당기고, 나랑 과외를 한다는 것을, 내세울려고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속으로 조금 웃기기도 했었다.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 무한한 신뢰(?)를 보이나 싶었다. 아무튼, 효진이가 조금 깍쟁이(?)같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거에 반해, 유독 은정이는 신나 보였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학원을 나와 벌써 서울에 도착해 있는듯해 보였다. 나는, 흥분해서 이것저것 설명을 늘어놓는 그녀를 보면서, 문득 '얘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었다. 확실히 신기한 구석이 있는 그녀였다. 지난달, 우연한(?) 계기로 그녀를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그녀와 내가 만난 걸 계산한다면, 고작 3일 정도였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몸부터 친해져버린(?) 사이가 되었지만,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건 사실 많지 않았다.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 30분 정도 그녀들과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들어나보자 하는 생각에, 은정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긴 했었는데, 하나 하나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 너는..서울에서 집은 어떻게 하고..?- -음..하숙 같은거 하면 되지 않을까?- -나도 개강하고 , 지금 과외도 유지하고 그러면, 시간이 많이 빡빡한데..너네들이랑 따로 과외를 할 수 있을까?- -음..그럼 우린 주말에 하면 되자나..- -수험생이 주말만 해서 성과가 나오겠어? 평소에 안하고?- -평소에 우리가 하면 되지..오빠가 주말에 검토해주고..- 잘 모르겠다. 왠지 그녀의 대답에, 점점 신뢰가 가질 않았다. 그녀가 많은 생각을 하고 계획을 짠 건 아닌게 분명했다. 아까전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하지만, 그녀들과 얘기가 마무리 될때쯤, 나는 큰 결심을 했었다. 그 의도가(?)어떠했든간에, 내가 은정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그녀가 나를 통해 남은 수능 준비 기간동안, 조금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 결국, 나는 그녀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절충안을(?) 내밀었다. -우리 내일 모여서 3시간만 우선 같이 공부해 보고..마지막으로 결정하자..- 내 제안에, 그녀들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날도 일요일이기도 하고, 원래 미술관인지 어딘지 가기로 되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고 그녀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3시간 이면 돼..싫으면 관두고..나도 바쁜 사람이야..- ***** 그날밤, 은정이가 안겨오며 또 애교를 피워왔다. 아까전에 내가 나름 오빠(?)로써 의젓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건지, 아님 원래 그렇게 애정 표현(?)이 넘쳐나는 애인지, 그녀는, 어제와 같은 헌신적인 모습으로, 내 모든 욕구를 달래주며 충족 시켜주었었다. 그러고보면, 새삼 새로운 그녀였다. 첫날 클럽 안에서만 해도 시크해보이고 쿨(?)해보였었고, 오늘은 왠 종일 나를 끌고 다니면서 이기적이다라고 느껴질 만큼 자기 볼일 보기에 바뻤던 그녀였으며, 평소에 대화 할때는 무신경한 구석도 많고, 생각이 투명(?)하다 싶을 정도 시원 시원한 그녀인데, 어떻게 보면, 밤에 나와 사랑을 나눌때의 그녀의 모습은, 이상하게 그녀 답지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순종적이고, 맹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였다. 그런면에서만큼은, 확실히 혜미와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선, 혜미때보단 더 좋은 것 같았다. 다음날 오전, 전날 약속했던 대로, 근처에 있던 구청 도서관에서 그녀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나름대로는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실력이 궁금했고, 테스트 해보고 향후 계획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30분 정도 앉아서 이것저것 그녀들의 실력을 체크하다보니, 슬금 슬금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 도서관에 들어설때부터, 삐딱(?)해 보였던 효진이가 조금 거슬리긴 했었는데, 계속해서 그녀가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었다. -오빠..우리 수학 포기했어..딴거해..- -오빠..이거 꼭 해야 해?..하지 말자..- -오빠..조금 쉽게 설명해주면 안돼?- 그녀는, 내가 뭔가를 지시하고 시도 할때마다 하나 하나 토를 달면서 요령을 피우기도 하고, 꼬투리를 잡으면서 늘어지기도 했다. 물론, 효진이는, 은정이가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끌어들인, 어떤 동업자(?) 같은 역할이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계획(?)을 주도한건 은정이가 확실했다. 그래서였을까? 아님 단순히 휴가 기간동안 다른 계획이 있는데, 내가 공부하자고 해서 짜증이 난건지, 효진이는 일요일날 이렇게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 보였다. 은정이도, 그런 효진이의 낌새를 눈치는 채고 있었다. 중간 중간 그녀들은 서로의 눈을 맞춰가며 내 눈치도 살피고 나름 조율을(?) 하긴 했었는데, 나는 점점 열불이 나고 있었다. 사실, 비록 2달이긴 하지만, 사촌 동생이랑 그녀의 친구들을 지난 시간 동안 가르치면서, 나는 확실히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남에게 무언가 가르치기엔, 좋은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사촌에 대한 애정(?)과 편함이 있었기에, 지금 과외를 하면서 그 자리에, 돈에 눈치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무식하게 애들을 몰아 부치고 있었다. '하기싫으면 때려처라' 라는 마음 가짐이었다. 하지만, 애들이 은연중에 내 본심(?)을 느낀건지, 아니면 녀석들 자체가 나름 상위권의 성적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공부에 대한 접근성이나 습관 같은게 괜찮았서 였는지, 시키면 곧 잘 따라왔었다. 잔소리를 하는건 있었어도, 적어도 내가 열받아서 성질을 내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허나, 은정이와 효진이는 달랐다. 겨우 30분 밖에 되질 않았는데 조금 힘이 들었다. 아마도 애들 스타일(?) 자체가, 원체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하고, 개성들이 넘치는 스타일로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내가 요령없이 무작정 시킬려고 하다보니, 부딪힘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 도선관에 들어오고나서, 한 시간 정도나 지났을 무렵이었다. 마침내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들에게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어려워서 하기 싫다고 계속해서 입을 내미는 효진이, 또 어느새 본인도 힘이 들어 짜증이 담긴 표정을 짓고 있는 은정이, 나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신랄하게 꺼집어내며, 그녀들에게 폭발을 하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야..나 너네들 못가르치겠다..- -....- -무슨 중학생들도 아니고 하나하나 트집잡고 안할려고만 하고, 사실 재수생이 과외한다는 것도 웃기는 거야..안그래? 너네 얼마나 잘 사는줄 모르겠는데.. 부모님 돈 많이 들자나..그치? 부모님 생각도 조금 해라.. 이렇게 할려면 그냥 하지마..무슨 과외야..학원이나 독서실이나 끊어서 다녀.. 아무튼 미안한데 니네 계획에서 나는 빼줘. 나 학기중에는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고, 너네들한테 시간 투자한 만큼 어떤 돈을 바란다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 근데 못하겠다.. 그랬다. 잘난척이었다. 사실 나도 잘한건 없지만 정말 성질이 났다. 내심 그녀들을 지금 가르치고 있는 고2들 애들과 비교를 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말이 마칠 무렵, 효진이의 입에선 '쳇'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옆에 있는 은정이의 눈은, 강렬하게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들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저 가방을 챙기기에 바쁜 척을 했다. 더 이상 앉아있고 싶지 않았었다. 잠시후, 은정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화장실쪽으로 뛰어갔다. 우는 건지..아님 열받아서 얼굴을 식히러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빠..은정이 앞에서 부모님 얘기 하지 마요..몰랐어요?- 그때, 효진이가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뭘 몰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녀에게 되물었다. 부모님 생각좀 하라고 말한게 무슨 대단한 말이라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나 싶었다. 이내 효진이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서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성질 같아서는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은정이가 뛰어간 방향으로 사라졌다. 나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었다. 시종 일관 못마땅한 태도를 보인 그녀들이, 그저 한심하기만 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그녀들과 한패가 되어서 작당 모의를 할려고 했던게 몹시 후회가 되었었다. 은정이가 운건, 별로 게의치 않았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럴 거란 생각을 했다. 내가 어느 정도 의도한 바도 있었지만, 그정도 자극은 그녀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그녀의 수학 실력은, 내가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 도서관을 빠져나와, 버스에 올라타고 나서 한참 생각해보니,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마음이 약해진(?) 것이었다. 문득 그냥 참아볼껄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은정이는 나한테 배우면 조금 더 잘 할수 있겠다는 마음이 정말 있었던 것도 같다. 아직 서로 잘 모르지만서도,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어딘지 모르게 믿음(?)이 가서, 마음과 몸을 준 상대였었다. 문득, 어제 밤 그녀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나 진짜..열심히 할께..- 나는, 그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었다. 잘 가르쳐줘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분명, 그녀의 그말은 빈말은 아니였던 것 같았다. 갑자기, 내가 나쁜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편치 않은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던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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