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담배피다 울던날 | 야설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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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피다 울던날
최고관리자 0 22,731 2023.08.21 13:55
             꽃고무신


       [장편] 담배피다 울던날



      담배피다 울던 날 




      1. 




      길게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가  다시 한번 길게 내뿜으며 이와 동시에 한숨도 같이 새어나왔다. 

      벌써 선현이와 만나 연인이란 이름으로 불리워 진지 6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린 그저 친구란 

      이름으로 세트되어 버리는 것은 아마도 나와 선현 둘이 나이가 들어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변함 없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처럼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나의 신경은 잘 갈아진 칼날처럼 날이 서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린 그저 친구라는 듯한 선현의 거짓으로 잘 포장된 표정이 더욱 거슬릴 뿐이다. 

      마지막 한 모금을 아깝다는 듯이 깊게 빨아들이며 아직까지도 빨간 불빛을 뿜어내는 담배꽁초를 변기 

      위에 던져내며  불씨가 변기속의 물에 치직~ 거리며 꺼지는 것까지 확인하며 물 내림과 동시에 문을 열고 

      좁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화장실에서 정성스럽게 꼼꼼히 닦은 아직까지 젖은 손을 두어번 탈탈 털어낸 후 미처 떨어지지 못한 물기를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마저 닦아내고는 다섯명이 모여 앉은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로 다가가 나의 자리로 

      남아있는 선현의 옆자리에 조금은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나의 행동에 아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모두들 각자 이야기하기에 바빴고 나도 그런 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내 앞에 나의 것으로 마련되어 있는 술잔을 들어 단번에 들이마셨다. 

      그러다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돌리니 이마를 보기 싫게 찌푸린 선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라는 듯이 눈빛을 보내자 그의 등치와 어울리게 조금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담배 폈지??? " 





      늘 담배냄새가 싫다며 인상을 긋는 그이기에 함께 있을 때는 웬만하면 자제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나의 

      자제심이 바닥을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선현이 싫어하는 일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일뿐이다. 

      난 조금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로 우린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사람일뿐이니깐 친구처럼 그저 친구에게 말하듯이.... 




      "왜?? 냄새 많이 나냐??" 

      "냄새 싫어하는 것 알면서 왜 자꾸 피는데???" 



      선현의 차가운 말투에 난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비워진 잔에 녹색의 겉이 송글송글 이슬이 맺힌 병을 집어들어 

      나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속으로는 '바보 친구가 담배 핀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놈은 없단 말야...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텐데...봐~지금 저놈들이 너와 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잖아~나야 

      워낙 그러려니 하지만 넌 저런 눈빛 싫어하잖아...그래서 우린 이런 모임 빼고는 한번도 함께 외출한 적도 없으면서 

      남들이 혹시라도 알아 챌까봐 늘 조심조심하면서 오늘밤 집에 가서 혹시 실수라도 한 것 없나 싶어 고민할거면서..... 

      며칠을 잠도 못 자고 설칠 거면서....... 







      그럭저럭 모임이 끝나고 어수선한 틈을 타 집이 같은 방향이라며 선현과 난 패거리들을 벗어났다. 

      늘 그렇듯이 이렇게 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초조해 보이는 선현을 보면 한쪽 가슴이 몹시도 아려왔다. 

      벌써 반년을 이렇게 지내왔지만 요즘 들어 더욱 선현을 보면 알 수 없는 복잡한 아픔이 눈시울이 뜨겁게 시릴 

      정도로 깊게 내 마음에 새겨진다.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힘들게 사랑하게 되어서.....너무나 힘든 사랑을 하고 있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파 온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의 집이 가까운 그였지만 난 주말이면 당연한 듯 선현의 집에서 머물곤 했었는데 오늘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난 조용히 선현의 집을 지나쳐 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선현의 집 앞을 지나치는 순간 선현도 당연하다는 듯이 날 잡지 않는다... 

      패거리와 헤어진 후 아무런 말도 없었고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면서도 잘 가라.. 잘 있어라... 잘 자라는.... 

      그 흔한 인사조차도 우린 오고가지 않은 채 그렇게 낡지 않은 쇠문임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쇳소리를 내는 

      그의 문 앞에서 난 반쯤은 나의 집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 조심스럽게 문이 닫히는 소리를 혹시나... 

      그가 오늘은 나랑 함께 지내고 싶은 지도 몰라라는 어리석은 기다림으로 완전히 문을 잠궈 버리는 소리까지 

      확인한 후 난 허탈한 웃음을 한번 지으며 역시나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는 무거운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떼면서 서둘러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를 켜는데 왜 그렇게 손이 떨려오는지.... 

      그리고 결국 꾹꾹 참았던 눈물이 이내 넘쳐 나의 볼 위로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 



      "말해야 했는데............오늘은 꼭........말해야 했는데............." 



      연신 담배연기를 채 삼키지도 못한 채 반쯤은 자신혼자 태워져버리는 담배를 선현에게 외면당한 나처럼 

      내버려 둔채 난 계속 한가지 말을 되내이고 있었다... 



      '말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꼭 말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만 하자고......... 

      이제는 그만 힘들어하라고 ............ 

      말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나한테서 충분히 했다고 .................. 

      그러니깐 그렇게 힘들어하지도...... 

      아파하지도 말라고........... 

      미안해하지도......... 미련 같지도 말자고 

      내가..............다 잊어준다고........... 

      내가 시작한 거니깐.... 

      내가 끝내준다고.... 

      오늘...... 말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그래야지만 ........ 



      너 오늘밤 편히 잠들 수 있을 텐데..........' 








      2. 






      그렇게 집에 돌아와 이미 부모님은 모두 잠이 들어버린 후라 난 조심스럽게 방으로 돌아가 씻지도 않은 

      채 침대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버렸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단 한 줄도 나의 눈으로 빛도 들어 올 수 없도록 그렇게 얼마가 지나 

      선현과 헤어진 후 줄곤 되내이던 말을 조심스럽게 다시 꺼내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길게 한숨을 쉬며 주머니 속에서 걸리적 거리며 자리를 잡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열자리의 

      번호를 꾹꾹 누르며 하나하나 눌러갈수록 점점 그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나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홉 개의 번호를 누르고는 램프가 반짝거리며 비추고있는 너무나도 낯익은 숫자를 바라보다 

      이내 열번째로 종료버튼을 눌러버렸고 램프도 아까 와는 다르게 까맣게 아무것도 비추어주질 않았다. 

      멀리 핸드폰을 내던지며 도대체 언제쯤이면 선현을 편안히 놓아 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나의 이기심을 

      버릴 수 있을까하는 나 스스로의 원망이 늘어졌다. 





      '답답해.......어떻게 해야 좋을지...........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마음으로는 널 놓아주라고.........너 힘든 거 보고싶지 않다면서 쉽게 널 떠나보낼 수 없는게.......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너라서......너뿐이어서..... 

      아직은 혼자서 지낼 시간이 너무 두렵고.......쓸쓸할 것 같아서.......미안해...... 

      선현아 ....정말 미안하다......내일이면.......자고 일어나서 내일이면.......꼭 말 할게....... 

      이제는 나도 혼자서 살수 있을 거라고......어딘가에 정말 소중한 나의 반쪽이 있을 테니깐..... 

      너도 이젠......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는 그런 생활로 돌아가라고........ 

      좋은 사람 찾아...........잘.......... 가라고.......' 





      주말을 침대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부모님은 어디 아픈게 아니냐며 걱정스레 물어 왔지만 난 그저 피곤하다며 그들을 달래고 있었다. 

      주말임에도 집에만 있는 나를 보며 대충 짐작하는 것 같았지만 서로 더 이상 참견하려하지 않았다. 

      처음 '당신 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입니다' 라고 말했을 때 그저 말없이 우시기만 하셨던 어머니와 

      아무런 말없이 나가셔서 술에 잔득 취해 몸도 못 가누시는 아버지를 보며 참 많이도 나 자신을 원망했었다. 

      나이 마흔에 늦둥이로 하나 낳은 자식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한다는 것이 여느 부모라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엄포를 하겠지만 부모님은 그저 말없이 우시는 걸로 그 한을 다 삭히시는 것 같았다. 





      저녁 5시가 되가면서 울다 잠들 다를 반복해서 이미 지쳐버린 몸을 추스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일하던 락시 바(ROXY bar)에 나갈 준비를 하며 거울 속에 부스스하니 요즘 따라 

      부쩍 말라있는 나를 바라보며 슬쩍 입 꼬리를 올려 웃는 시늉을 해보았다. 

      하루쯤 쉬는 게 어떻겠냐는 어머님께 괜찮다며 한번 꼭 안아주고는 두분 오랜만에 외식이라도 하시라고 

      지갑을 털어 싫다시는 어머님 손에 돈을 쥐어드리고는 웃어 보이는 것을 잊지 않은 채 집을 빠져나왔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니 새벽 5시....오늘은 그래도 까탈스러운 손님이 없어 다행이었다며 난 언제나 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도 어김없이 선현의 집을 지나쳐 오면서 선현이 잠들어 있을 방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는 한참을 목이 아플 정도로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깐 말이야......나 정말 지독하게 너 쫒아 다녔는데........훗.........너 정말 귀찮았겠다.... 

      그러고 보니깐 그래도 너랑 얼굴 안지는 벌써 2년이 다되어가잖아.......1년 반 동안 너 쫒아 다니면서 

      그땐 왜 몰았을까?? 마음이 아프긴 해도 언젠가는 네가 날 받아 줄꺼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때는 마음이 아팠어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던 것 같아....... 

      지금은 이별밖에 안 남았잖아.......고작 6개월 만나서 사랑할꺼였다면 이렇게 힘든거였다면 

      그때........처음 너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조금 아파도 내가 참을 걸.........그랬다면 친구로라도.....적어도 

      귀찮은 존재는 되지 않았을 텐데........그랬더라면 영원히 널 사랑하는 맘 가슴속에 담아두고 살았을텐데... 

      지금 너무나도 후회되서........이렇게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게....너무나 ......가슴 아파서......... 

      그래도 널.............. 보낼 수밖에 없어서..... 

      선현아 ...너 혹시 우리가 처음 사귀기로 한날 기억하니?? 

      그 날 내가 술 무척이나 많이 마시고 나랑 사귀어 달라고 네 앞에서 엉엉 울었잖아... 

      그때도 넌 사람들 시선 때문에 안절부절했었는데.......아마도 그때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날 허락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넌 원래 사람들 눈에 튀는 거 싫어했잖아......그런거 알고 있으면서도 ....... 

      알고 있었으면서도......사실 그걸 노리고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휴......나 오늘 정말 굳게 다짐하고 여기 있는 거 너 모르지???...............오늘은 꼭 말하려고........ 

      사실은 좀더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네가 모질게 말 못할꺼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라고 널 곁에 두고 

      싶어 했었는데... 

      더 이상은 너 힘들어하는 거 친구들에게 여자친구도 없다고 놀림 받고.......나 몰래 여자 만나고 내 눈치 살피며 

      거짓말하는 거........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나나.... 내가 알거란 걸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너나...... 

      어차피 넌 나 같은 이반이 아닌 일반이니깐.....처음부터 지금까지 넌 일반이니깐 단 한번도 날 보고 

      흥분한 적도....... 날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도 없는 그런 너니깐.........가끔씩은 그런 네가 얄미웠지만... 

      그래도.........그래도 말야........ 

      김선현..........그래도 나................. 

      너............. 많이 ............. 

      정말............. 많이 사랑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면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는 불은 붙인 후 밝은 연두빛 불빛이 새어나와 깜빡거리는 그곳에 

      숫자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기듯 난 또다시 열 개의 번호를 차례대로 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열 개의 번호를 다 누르고 난 후 선현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어느 여가수의 음악이 벨소리 

      대신 흘러 나왔다. 

      그리고는 그 노래가 같은 부분이 두 번 반복될 무렵 ... 



      "..................." 

      "........난데............" 

      "......어............" 

      ".....우리.......헤어질까???" 

      ".........그래.........." 

      ".............그래...........잘 자라............" 

      "...........어........" 





      허무할 정도로 짧은 헤어짐과 내일 다시 만날 사람처럼 잘 자라는 인사말로 나의 첫사랑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아직까지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깊게 들이마시며 난 크게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아주 작게........... 






      "..........뭐야.........이렇게 쉬운 걸 .............." 















      3. 




      너무나 황당할 정도로 난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잠을 잤고 저녁이면 일을 나가고 일을 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또다시 집에 와 자고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늘 퇴근길 몇 분이고 서성거리며 바라보던 선현의 방 창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정도랄까?? 

      어김없이 출근준비를 하며 오늘따라 유난히 정성들여 머리를 만졌다. 

      뻗친 머리하나 없이 언제부턴가 길러왔던 머리가 제법 어깨를 감싸고 차분히 머리를 빗어 내리며 

      멍하니 요즘 들어 말라 홀쭉한 볼을 손으로 훑어 내리며 그렇게 한참을 거울 앞에 서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밥 먹고 일가라는 어머니의 말에 순간 현실세계로 빠져나와 난 서둘러 옷을 입고 식탁에 앉았다.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요즘 들어 너무 말랐다느니 보약이라도 먹여야 겠다느니 한참을 걱정스런 말을 

      늘어놓으시는 어머니에게 그저 난 괜찮다며 거짓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강연아..." 



      조심스럽게 나의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니를 난 잠시 밥을 먹던 손놀림을 멈추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저기....요즘..........선현이 많이 바쁘니??? " 

      "왜......요??" 

      "아니 그냥 네가 요즘 선현이 얘길 통 안하길래........싸우기라도 했니???" 

      ".......그런거 아니예요.....선현이 성격 잘 아시잖아요......어디 선현이가 저랑 
      싸울앤가요...그냥............" 



      난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숙여 다시금 손을 움직여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냥 .........제가 보내 줬어요......선현인 저랑 다르니깐............" 


      . 
      . 
      . 
      . 
      . 
      . 



      "........그래.............잘........잘했다........." 




      한참을 말이 없던 어머니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에 난 굳이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나 때문에 나이보다 훨씬 주름이 가득한 그의 얼굴에 그럼에도 맑은 두 눈이 분명 붉게 젖어있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저 이제 출근할께요......." 

      "흠....그래 다녀와라......저기 ........강연아........!!" 

      "............"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겨우 말을 잇는 어머니께서 막 집을 나서려는 날 불러 세웠다. 

      어쩔 수 없이 난 뒤돌아서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자 역시 어머니의 눈은 잔득 젖어있었고 그럼에도 

      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며 ...... 




      "그래도........누가 뭐래도........난 .....이 어미는.......세상에서 네가 가장 
      사랑스럽다.....그러니깐......" 



      결국은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께 난 방향을 돌려 다가가 그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는 '저도 많이 

      사랑해요.......'라고 말한 뒤 곧 집을 나섰다. 





      예전에는 어머니께 참 많은 말들을 했었다 .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기에 유난히 애교를 부렸던 나는 학교 다닐 때는 늘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선현을 만날 무렵부터는 늘 선현의 이야기가 늘 중심이 되곤했었다. 





      '있잖아요..오늘 어떤 아이를 봤는데 무척 잘생기고 착해 보여서........어머니 난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그 친구도 절 좋아해 줄까요???' 

      '그 친구랑 처음 말해봤는데요.....목소리가 아주 좋아요......' 

      '그 애 이름이 선현이래요 김선현......이름도 멋있죠........' 

      '자꾸만 선현이 보면 막 떨리고...난 선현이가 정말 좋은가 봐요....' 

      '난 선현이 사랑하나 봐요.......죄송해요 근데 너무 사랑해서........' 

      '선현이가 절 받아 줬어요.......어머니께 너무 죄송한데 나 지금 너무 행복한거 같아요...' 
      . 
      . 
      . 
      . 

      '그냥 .........제가 보내 줬어요......선현인 저랑 다르니깐............' 







      무거운 발걸음을 놀리면서 난 요즘 들어 부쩍 늘어버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가끔 말야....네가 보고 싶을 땐 그땐 널 떠올려도 되겠지??? 헤어졌지만 ...헤어졌어도 

      그 정도는 되는 거지?.......... 

      요즘 말야.......나 정말 이상하다........마음이 비워져 버린 것 같아서.......넌 이런거 아니?? 

      무언가 가슴한쪽이 아픈 것 같은데......그게 너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울어버리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괜찮아 질 것 같은데.........그게 쉽지가 않네... 

      아마도 .......아마 그렇게 울어버리면 정말 네가 잊혀질까봐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근데 너랑 헤어지고 나서 좋은 것도 있어........ 

      이렇게 담배를 맘껏 필수 있으니깐..........너랑 헤어지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는데 나...... 

      내가 생각해도 잘 지내는 것 같아 기특한거 있지........이렇게 담배를 맘껏 필수 있는 것도 좋고........ 

      그리고 나 집에 가는 길 네 방 문 앞에서 서성거리지 않아서 겨울 내내 달고 있던 감기도 다 낳은 것 

      같아 ......그러고 보니깐 좋은 거 많네......그런데........ 

      선현아......그런데....... 왜 웃을 수가 없을까?? 

      왜........이렇게...........아마도 네가 내 웃음을 가져가 버린걸까??? 

      그럼 평생 이렇게 웃을 수 없는 거겠지??? 

      널 다시 만나야 돌려받을 수 있을 텐데........아마도......... 



      아마도........... 평생.........사랑으로........ 





      널........... 만날 수 없을 테니깐...' 














      4. 





      새벽 2시가 넘어서자 차츰 자리를 꽉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였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담배를 뒤적거리며 화장실로 갈까 하다가 난 같이 일하는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건물과 건물사이에 자주 이용하던 사람 두 명이 들어서면 딱 맞을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미세하게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가끔 고양이가 스쳐지나갔지만 나름대로 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차작~하면서 미세하게 타들어 가는 담배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제 비가 조금 와서 

      그런지 무척이나 맑은 하늘에 흔하지 않게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벌써.......한 달이 흘렀네.......' 

      조그맣게 웅얼거리며 몇 일전에 만났던 석중이 녀석을 떠올렸다. 





      "야 ~!최강연 !!!너 정말 오랜만이다~~지금 출근하냐???" 


      삼일전인가 사일 전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석중이 녀석은 아마 그렇게 선현과 헤어지고 난 후 처음으로 

      만난  친구 녀석이었다. 뭐 모두들 대학에 다니느라 바쁜 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사실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해도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다랄까 겨우 안부 묻고 나면 서로의 상반되는 생활에 솔직히 긴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더더군다나 선현과 유난히 친하다는 그를 만난다면 분명 선현의 이야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잊으려고 애쓰던 난 석중과의 만남이 그다지 유쾌할 수가 없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그저 덤덤하게 그의 말에 대꾸하자 석중은 뭐 늘 그렇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식 시큰둥한 말투는 어떻게 안되냐?? 너 그 말투 보면 락시에서 안 짤리는게 신기하다니깐~!!" 




      석중의 말에 그저 '원래 이런걸 뭐....'라고 조그맣게 대꾸한 후 또다시 석중의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생활이 어떻다는 둥~ M.T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어떤 후배여자에가 끝내줬다는 둥~ 한참을 듣고만 있던 

      나는 시계를 한번 훑어보고는 '나 늦었거든.'이라고 말하려는 찰라 석중이 나의 입을 닫게 만들어 버렸다. 




      "참 너 요즘 선현이 자식 안 만나냐???" 

      "......선현이??..........어 조금 바빠서......왜???" 

      "하긴... 그 녀석도 좀 바빠야지 요즘 애인 만든다고 난리다 저번 주말에도 미팅에 소개팅에 아주 

      물올랐다니깐~" 

      ".......그래??........ 뭐 선현이도 여자친구 만들 때도 됐잖아 여태까지 없었던게 신기하지........" 

      "뭐 ...그렇긴 하지 ..근데 사실 지금에 와서 이야기지만 솔직히 녀석들과 난 너랑 선현이 사이 좀 이상하게 

      봤거든 너네 조금 특이했잖아 너 맨날 시큰둥하다가도 선현이만 보면 헤실 거리고....선현이도 유난히 너 

      신경 쓰는 것 같고 해서 우린 또 우리들 맘대로 상상에 날개를 펼쳤다니깐..."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는 석중의 모습에 나도 따라 억지로 웃어주며 ..... 




      "선현이 그럴 리가 없잖아~" 



      라고 녀석들의 상상에 종지부를 찍어 버렸다. 










      이제 다 타버린 담배를 마지막으로 깊이 들여 마시고는 두 손가락으로 튕기듯이 작은 하수도 구멍으로 

      조준하여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숨을 한껏 몰아 뱉어내고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어번 세게 내려쳤다. 




      "당연한 거잖아.......이젠 나한테서 벗어났으니깐 당연한 거잖아.......여자 친구도 만들고 나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런거 너무나 당연한 거잖아.............너무나 당연한거니깐..............난........... 
      괜찮아.........." 


      이건 아마도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인 것이 분명한 것들이었다. 








      워낙 술을 잘 마시기는 하지만 일을 하면서 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혹시라도 손님들께 실수하지 않을까 

      싶기에 대부분 잔만 받고 말지만 오늘은 어차피 문닫을 시간도 다되었고 마침 혼자 술을 마시는 단골 손님이 

      늦게 들어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장님은 내게 문단속하고 들어가라며 열쇠를 맡기셨고 아마 그때부터 난 정말 죽어도 좋겠다는 

      심정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어려운걸......사랑이라.............늘 머릿속에 맴도는 거.......??" 

      "그런가요??그게 사랑인가요???그럼 아직도 사랑하는 거네..........." 




      약간은 늘어지는 내 목소리에  서른쯤 되어 보이는 그 남자는 웃으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짝사랑인가??' 

      라며 나에게 물었다... 




      "아~~~~~~!!맞아 짝사랑!!!하긴 그것도 사랑이긴 하네요..............짝사랑....... 

      맞아 짝사랑 딱 맞는 말이네........훗후~" 




      내가 정말 재밌기라도 하다는 듯이 웃어대자 의외로 그 사람의 표정은 굳어지면서 곧 나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많이 힘들구나???'라며 아주 나지막한 말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죄송해요........제가 술이 많이 취했나 보네요........" 

      "어떤 사람인데?? 아주 예뻤나 봐 ...." 

      "훗......아니요........안 예뻤어요........그냥......멋있었는데........하나도 예쁘지 않고 무지 멋있던 
      사람이었는데........." 




      나의 말에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한번도 부모외의 사람에게 내가 게이라는 것을 알리지도 그렇게 

      비춰지게도 하지 않았었는데 왠지 이 사람은 이 사람한테는 괜찮을 것 만 같았다. 

      물론 내일이 되면 무척이나 후회할 일이었지만 뭐 지금 당장 더러운 호모새끼라 욕하고 가버린다 해도 

      난 그다지 별다른 충격은 입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가끔 들른 때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었는데....게이??정말 맞아???" 

      "~맞아요 사람들이 말하는 변태새끼들.......진하씨도 기분 나쁘죠??이렇게 마주 앉아있는 거..... 

      그 사람은 싫어했어요.......오래 만났는데 남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무척이나 신경 쓰고 눈치보고 

      가끔씩 제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 가까이라도 서면 아주 기분 나빠해서......그래서 헤어졌는데.........." 




      언제부터 눈물이 흘렀는지 그 사람은 손을 뻗어 나의 눈물을 자신의 손으로 닦아내 주었다. 

      난 아무래도 오늘 단단히 미쳤지 싶어 서둘러 그의 손을 나에게서 떼어낸 후.... 




      "앗~!! 죄송해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요.......그만 가봐야겠어요..." 




      네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려 하자 자가 나의 손을 서둘러 잡아채서는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에 나의 손을 잡지 않은 손으로 살짝 감싸며 아주 부드럽게 

      말을 이어왔다 .. 




      "만약 그 사람을 잊기 위한 구실이 필요하다며 난 어때???" 




      그의 말에 내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지 그는 씩 웃으며 나를 끌고는 가게를 벗어났다. 

      그와 중에도 가게 문닫는 것을 잊지 않은 채 그를 따라나섰고 어쩌면 뿌리칠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말이 

      자꾸만 날 유혹하고 있었다.... 

      '그 사람을 잊기 위한........구실이.......' 

      나도 잊고 싶어......조금 편안히 네가 행복한 모습 바라볼 수 있도록 이런 미련 벗어 던지고..... 

      그러고 싶어.......정말 그러고 싶다 선현아........ 

      .......너와 나를 위해............ 






      한참을 차를 끌고 간 곳은 어느 아파트촌이었다 그는 그의 집이라며 나를 안내했고 더 이상 그의 강요가 

      아닌 나 스스로 그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혼자 사는 곳이 분명한 듯하지만 생각외로 잘 정리되어있는 그곳을 보면서 마음이 쏴~해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약에 이렇게라도 널 잊는다면 그런다면 다행이겠지 



      너와나 모두에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먼저 샤워를 한 그가 쇼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이보리색 면바지만 걸친 그를 보고 창피함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긴 했지만 그가 눈짓으로 나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쇼파 위에 앉음과 동시에 그가 급하게 나에게 키스를 해 왔다. 

      처음 해보는 딥키스.....가끔 선현과 키스를 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키스였다. 

      선현은 늘 조급하게 입만 대었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는 듯이 곧장 떼곤 했는데 진하라는 사람은 마치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이 나의 입안 곳곳을 맛보고 있었다. 

      작게 신음소리가 새나가면서도 난 온전하게 그의 키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나는 쇼파 위에 눕혀졌고 그는 나의 목덜미를 촘촘히 빠트리지 않으려는 듯이 핥아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무하던 그가 나지막하게 



      "나 좀 급한데 바로 넣어도 되지??" 



      그의 말에 난 아무런 말없이 그저 눈을 내리 감아 버렸다. 

      아직 한번도 누군가에게 보여지지 않았던 곳이었는데..어쩌면 이런게 진한 키스도 처음이라면 처음이니깐.. 

      진하는 나의 침묵이 허락을 뜻한다는 듯이 앞으로 하면 힘들 것이라며 미안하지만 엎드릴 수 있냐며 정중한 

      사과와 함께 나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쇼파에 몸을 꿇게 하였다 그리고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이미 준비 

      되어있던 젤을 듬뿍 짜내더니 나의 애널과 자신의 페니스에 골고루 발랐다. 

      그리고는 곧 삽입이 이었졌고 난 정말 눈물이 날만큼의 고통을 느껴야만했다. 




      "뭐야 그렇게 힘주면 서로 힘들잖아.....알면서 왜이래 힘 좀 빼 아프잖아~!!' 




      결코 화내는 듯한 목소리가 아닌 나에 대한 배려가 묻어있는 그의 말에도 난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이를 악 

      물고는 비명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너무 아파서였는지 아니면 이런 순간에도 선현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비참함에서였는지 몸까지 들썩거리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울음을 알아챈 진하의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와 연결되어 이물감으로 가득찼던 그곳이 

      또 한번의 고통과 함께 허전히 비워져 나갔다. 

      그리고는 진하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저기..........혹시.......처음이야???오랫동안 사귀었었다면서........" 




      그의 말에 난 그저 얼굴을 쇼파에 파묻은 채 한참 물기 젖은 듯한 목소리로........훌쩍거리며 말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선현이는 날 사랑해 주지 않았으니깐 오래 만났어도 이런 거 했을리 없잖아요......흐윽....... 

      곁에서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는데.......으윽..........그런데 당신 거짓말쟁이예요....흑.........잊게 해준다면서 

      잊게 해줄꺼라면서 ...........지금도 난.................. 

      선현이가 생각나는 걸...........요........' 











      5.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건네는 진하에게 난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고개만 한두번 주억거린 후 잔을 

      받아 들었다. 

      얼굴에는 미안한 표정이 역력한 그의 모습이 오히려 내가 더욱 미안하기도 했지만 우린 서로 이렇다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처음이라고 생각지 못한 그는 자신의 조급함을 미안해 했을테고 난 그와의 관계라고 말하면 관계인 

      행위에서 다른 이를 떠올렸다는 것에...비록 끝까진 가지 않았더라고 결코 모자른 것은 아니였으니깐..... 



      코코아를 급하게 다 마시고 난 후 난 너무 울어서인지 따가운 목을 정리하며 




      "죄송해요,.....이젠 가 볼께요..." 




      허겁지겁 인사를 하고 아직까지 따끔거리는 곳의 통증을 참아가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진하도 따라 일어섰고 

      난 그저 나에게 마지막 예의로 배웅을 해주는 구나하면서 역시 인상처럼 아니 그와의 관계에서처럼 참으로 

      다정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또 하번 하게 되었다. 

      막 현관에 다다라 한쪽에 운동화에 한발을 막 넣을 때 뒤에서 평소 내가 듣던 그의 목소리보다 한층 더 

      가라앉은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신발을 신던 동작을 잠시 멈추고 뒤로 돌아보니 진하가 날 보며 약간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저기........내가 전에 한 말........... 진심이야......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 잊을 수 
      있고......... 

      만약 괜찮다면..........내가 싫은게 아니라면...........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얼굴까지 빨갛게 변해서는 나에게 시선도 맞추지 못하는 그가 문득 참으로 귀엽다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매너에 부드러운 말투 다정한 눈빛 가끔씩 가게에 오는 손님과 직원으로 물론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었 

      다고는 하지만 선현외에 별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나는 그의 오늘 같은 모습은 참으로 신선하다랄까?? 

      그런 느낌에 아마 선한과 헤어진 후 처음으로 정말 기쁜 마음에 웃음이 났다. 

      어깨에 찰랑거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를 바라보자 나 스스로도 지금 나의 표정이 참으로 예쁠꺼라는 생각을 

      했다. 그 모습은 세속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즐거운 ..행복한 표정의 아름다움이다랄까?? 

      그렇게 그에게 웃어 보이며 한편으로는 한쪽가슴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아마도 이 사람이라면 선현을 잊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그를 정말 잊어버린다면 몇 년을 선현만을 

      바라보던 나의 모습들이 함께 사라져 버릴까봐.... 선현과 관계된 시간들이 모두 잊혀져 버릴까봐 조금쯤은 

      겁도 나는 것 같았다. 




      "어쩌면.........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요.........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기다릴 수 있어..... 여태까지도 기다렸으니깐......." 

      "만약에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때 아니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더라도 힘들어서.......너무 힘들어서 나 

      떠나고 싶으면.......그땐 말해줘요........아무말없이 떠나지 말고....이젠 그만하겠노라고...꼭 말해주고 
      가세요............ 

      그러면............ 그때가 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테니깐............." 








      '...........그동안 고마웠다고..............' 











      가끔 영화에 보면 비 오는 날 담배를 피며 분위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눅눅해서 담배가 잘 타지 않는 

      그런 비 오는 날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온다........... 







      출근길 검정우산을 받쳐 들고는  나를 비추며 일렁이는 길을 걸으며 날씨만큼이나 맘이 무거워졌다. 

      막 집을 나서려 할 때 조용히 숨죽여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 나 때문에 아파하시는 그 고운분이 부쩍 나이 들어 

      뵈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마침 오늘 일요일이라 휴일인 아버지와 얘기 중이 신 것 같았다.... 




      '우리 강연이 .......너무 불쌍해서..........마음이 너무 아파요...........여보 우리 강연이 평생 지 짝 못 
      만나고 

      저렇게 외롭게 살아가면........우리 강연이가 얼마나 예쁜 아이인데.............당신도 아시죠.......저 아이가 

      얼마나 착한지...........요즘 들어 힘들꺼면서도 우리 속상해 할까봐 억지로 밝은 척 하는 거............ 

      제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찢겨지는 것 같아서..........제가 우리 강연이 대신 아파줄 수가 없어서........ 

      제가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우리 강연이가 벌 받나 봐요.........그 아이(선현) 만나고 그렇게나 좋아했었는데.... 

      얼마나 깊이 좋아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저렇게 담담한 척..........그게 더 아파서 울어버리지도 못하는 


      그 눈이 너무나 아파서..................' 




      아까의 어머니의 초라한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가슴이 너무나도 아파 왔다. 

      이미 눅눅해져 버린 담배에 라이터 불을 몇 번이나 붙여서야 겨우 담배 끝에 약한 불씨가 타올랐다. 

      아무래도 그들에게 평생 불효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착잡해 저만 가고 있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한가한 날이라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더욱 깊게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나에게 사장님은 안색이 안 좋다며 구석진 자리에 가서 잠시 눈을 붙이라고 하였다. 

      물론 나는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극구 날 밀어내는 사장님께 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테이블에 두 팔을 올려 그 속에 머리를 묻었다. 

      토닥토닥 거리며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소리가 무척이나 나의 귀를 울리며 모처럼 참으로 편안하다는 

      기분에 난 나도 모르는 사이게 깊게 잠이 들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볼을 살짝살짝 간지럽히는 느낌에 난 얕게 콧소리를 내며 살며시 눈을 

      뜨니 언제부터 내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진하가 나의 머리를 슬어 올려주며 묘하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어?? 나 때문에 깬거야??" 

      "....아뇨........." 

      "좀 됐어....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많이 피곤했나봐???" 

      "그냥 요즘 깊게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조금 피곤했나봐요......." 

      "그래??? 오늘 늦게 끝나려나??" 



      내가 '왜요??'라는 눈빛으로 진하를 바라보자 그는 한번 웃어 보이며 



      "그냥 ....바람이나 쐬러 갈까하고......." 

      "글쎄요.........그래도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시간도 늦었고.......나중에 휴일 내서 그때 가요......" 




      내 말에 그는 그래 라고 말하며 손은 계속해서 나의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 문득 가게문 소리가 들리며 시끄러운 말소리들이 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내가 진하에게 한번 웃어 보이며 



      "이젠 일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한잔 하실래요?? 아니면 .....차라도???" 




      내 말에 그도 한번 웃어 보이며 




      "그럼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할까??" 



      하며 나를 따라 일어서서는 바(bar)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막 구석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아까부터 소란스러웠던 그곳에 낯익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난 그저 그 자리에 문득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야~~선현아~~강연이 저기 있네 거봐~~내가 여기 와야지만 저 자식 낯짝 볼 수 있다고 했잖아~~ 

      강연아~~우리가 너 보러 여기까지 몸소 행차했다.....참 너 선현이 여자친구 처음보지??? 

      하긴 한번도 모임에 안나왔으니 알 리가 없지~~~!!!얼른 이리와 봐 소개시켜 줄게~!!!!" 




      끈임 없이 주절거리는 석중이 녀석을 뒤로하고 몇몇의 친구 놈들과 선현....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라는 

      사람이 넓다란 테이블을 자리 잡고 있었고 이미 굳어버린 나를 알아챈 것은 진하와 선현뿐이었다. 

      그리고 뒤에서 나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는 한번 토닥거리는 진하에 의해 난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난 선현의 무리를 뒤로하고 진하에게 시선을 돌리며..... 




      "아마도 오늘은.....많이 힘들 것 같은데..........당신 나 위로해 줄꺼죠???" 






      내 말에 진하는 그저 씁쓸히 웃어 보이며 '.....그래........'라는 짧은 한마디 말뿐이었다.... 










      6. 






      늦은 시간 손님이라고는 진하와 선현이있는 곳 단 두 테이블뿐이었다. 

      사장님은 손님도 없으니 진하는 자신이 보겠다며 친구들과 얘기라도 하라고 날 떠밀었고 

      오늘처럼 사장님이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내가 선현의 옆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한 듯 테이블에는 석중과 다른 녀석들이 한쪽에 앉았고 

      그 맞은편에는 선현과 그의 여자친구라는 이가 앉아있었다. 

      내가 테이블로 다가가자 이제 막 뜯은 술병을 들며 




      "야~~강연아 어서 와서 한잔 받아라~~손님도 없는데 마셔도 되지??" 





      석중의 말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의 자리로 비워진 선현의 옆자리에 겨우 엉덩이만 붙여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현과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는 절대 선현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며 난 앞에 앉은 녀석의 술을 따르는 손등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각자 재잘거리며 떠들던 녀석들은 내가 자리에 앉자 나만 바라보았고 난 솔직히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꽉 채워져 넘실거리는 잔을 들어 단번에 들이마셨다. 




      "자식~~맨날 바쁘다더니 오랜만에 술 마시냐??꽤 고팠나보네~~" 




      나를 바라보던 한 녀석이 말을 던지자 다른 녀석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한마디씩 했고 

      나도 그들에게 웃어 보이며 



      "그랬마~~진작 좀 오지들 그랬냐??술 땡겨서 죽는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사이 또 가득 따라져 있는 잔을 들며 자자 건배~원샷이다를 외쳤다.. 

      그렇게 나 혼자만이 들뜬 듯 ..아니 정말 만나서 반갑다는 듯이 난 꽤나 목소리 톤을 높였고 

      친구녀석들도 기분 좋은지 꽤나 술을 마셔대고 있었다. 



      "참 선현아~너 뭐하냐?? 강연이한테도 혜진이 소개시켜줘야지~~혜진이도 궁금할텐데~~" 



      난데없는 석중의 말에 녀석들이 

      '맞아~~'우리 중에서 선현이랑 젤 친하잖아 어떻게 여태 한번도 못 봤냐??'라며 나와 선현을 번갈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난 우리 둘로 모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겨우 선현을 바라보고 다시 

      선현의 너머에 혜진이라 불리는 여자를 바라보며 




      "내가 좀 바빴어..나도 연애사업때문에....아까 들으니깐 혜진씨라고......안녕하세요 전 최강연이에요 

      불행하게도 이 녀석들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내고요.....선현이랑 잘 어울리네요...." 




      나의 말에 모두들 '강연아 얘네 둘 진짜 잘 어울리지??? 완전 환상이라니깐~~선현이 여자친구 안 사귀고 

      여기 저리 기웃거리더니 임자 만났지 뭐~~'라며 녀석들이 웃어 대었고 나도 그들을 따라 웃으며 '그렇네.....' 

      라고 말하고는 여전히 손끝을 술잔에 다가가고 있었다. 

      양주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인원이 많아서인지 모두들 그다지 술에 취해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진하가 앉아있는 바를 바라보며 눈으로 그의 기분을 챙겼지만 진하는 그저 웃어 보이며 

      술잔만 기울일뿐 그이상의 일도 그 이하의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다시 술이 나오고 반쯤이 비워져 가자 녀석들의 얼굴이 슬슬 취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술을 마신 탓인지 주량에 훨씬 못 미치게 정신이 몽롱해져만 갔다. 

      워낙 술마시면서 담배를 피지 않는 나이지만 옆에서 선현의 허리를 감싸고 연신 재잘거리는 혜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담배를 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머니를 뒤져 내가 피는 던힐을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이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아졌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서 선현이 날 노려보았고 난 그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담배를 들지 않은 


      손으로 술잔을 들어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뭘 쳐다봐~~나 담배 피는 거 첨 보냐???" 




      그리고는 다시 잔에 술을 채우자 선현이 그런 나에게서 팔목을 잡고는 술병을 빼앗아 들었고 다른 한 손에 

      있던 담배도 빼앗아 재떨이에 비벼 꺼버렸다. 

      그러고도 나의 손은 선현에게 한참을 잡혀있고 모두들 선현과 나를 바라보았고 혜진도 놀랐는지 예쁘게 

      쌍꺼풀 진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난 당황함에 손목을 거칠게 빼고는 횡설수설하듯 




      "어..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술 마시고들 있어~" 




      라고 말하고는 아직까지 후끈거리는 팔목을 잡고는 화장실로 뛰어가듯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의 손목을 잡아오던 선현은 예전엔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혹시라도 우리 둘의 사이를 누구라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나의 손목까지 

      잡아채며 정말 친한 친구인척 그렇게 날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선현보다도 혜진의 팔이 선현의 허리를 꽉~끌어안고 그런 혜진의 손등위로 얹어진 선현의 손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놀라 날 바라보던 그 동그라한 눈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길게 길어져 곧게 늘어뜨려진 생 머리카락이 선현이 참 좋아하던 그것인데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가질 수 없는 행할 수 없는 그런것들의 부러움이 날 비참하게 만들었다. 

      화장실에 그렇게 앉아 한참을 울어버린 나는 정말 가능하다면............. 

      그저 .........먼지처럼 .... 


      ..........공기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사라져만 버리고 싶었다. 







      화장실에서 한참을 발개진 눈을 진정시키고 나오니 모두들 일어서서 나가려는 분위기였다. 

      여전히 선현의 시선을 피한 채 난 녀석들에게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딱히 누구를 바라본다고는 할 수 없이 녀석들을 바라보며 




      "........가려고???........" 

      "어??어....다들 먹었으니 가야지??너 술 많이 먹던데 괜찮으면 지금 같이 나가자 데려다 줄게~~ 

      어차피 영업시간도 거의 끝나가잖아......참 선현이 자식이라 같은 방향.....아!!혜진이 때문에 안되려?? 

      저 자식 여자 친구 생기니깐 이게 안 좋네 .....하하" 




      어설프게 웃어버리는 친구 녀석을 바라보며 나도 함께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겠지 이젠............더 이상 나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일은 없어지는 거겠지.......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주고 나한테는 하지 않았던 잘 가라... 잘 있어라... 잘 자라...... 라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정말 아쉬운 듯 그렇게 뒤돌아서서는 몇 번이고 다시 돌아보며 어서 들어가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또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보겠지.........나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들을......' 





      "괜찮아~!! 나 기다리던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데려다 줄꺼야......" 




      내 말에 녀석들은 '그래?? 누군데?? 저 사람이야?? 처음 보는 사람인데 형인가??'라며 수없이 질문해 

      왔지만 난 그저' 만나는 사람........'이라며 말끝을 흐렸고 녀석들은 모두들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바라본 선현은 언제나 처럼 그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마치 커다란 잘못을 한 아이를 바라보듯 

      그렇게 날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녀석들이 모두들 나가고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술이 확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급히 옆으로 다가와 나를 부축해주는 진하게 괜찮냐며 물었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장님께 먼저 퇴근한단 허락을 맞고는 진하와 함께 가게를 빠져나오니 녀석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가게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놀라 그들을 바라보자 녀석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걱정되서 갈 수가 있어야지 아까 말한 사람이 이분이야??? 안녕하세요~ 저희 강연이 친구들인데 이 녀석 

      술 취해서 데려다 줄려고 했더니 기다리신다고 하시길래...저희 걱정 안하고 가도 되죠???" 



      녀석의 말에 진하는 언제나 처럼 보기 좋은 웃음으로 나의 어깨를 감싸곤 나를 조금 세게 끌어안으며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강연이는 제 집에서 재우면 되니깐..." 



      짧지만 강한 느낌의 말을 건네며 모두들 '그럼 우리들은 그만 들어갈께~~'라고 말했고 난 진하에게 끌어 

      안긴 채 아무런 말없다. 

      그리고  내 눈에는 이미 녀석들은 이미 배경에서 사라진 후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주 끌어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떠드는 선현과 혜진을 바라보며 진하에게 '빨리 집에 가요......'라고 그를 재촉했다. 

      모두들과 헤어지고 뒤돌아서면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가서는 아픔으로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 버릴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아픔은 곧 슬픔으로................... 






      그리고는....... 또다시 ...........눈물로................... 





      바뀌어 버렸다. 










      7. 




      진하의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난 그저 그렇게 진하의 품에 안겨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려대고 있었다. 

      진하도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고 그저 그렇게 나를 따스히 감싸고는 나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 느낌이 너무도 고맙고 너무도 따스해서 단 한번 받아보지 못한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가슴 시리도록 벅차서......... 

      그저........ 그래서 그렇게 울어버렸다. 







      집으로 바래다줄까??라고 묻는 진하에게 난 고개를 저었고 곧 가게서 얼마 멀지 않은 진하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 

      술을 많이 마셔 일단 잠을 자두는 것이 좋을 거라며 진하는 날 침대로 끌어 자리를 만들고는 날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곧 사라진 그는 수건에 딱 좋은 온도의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 잠들지 않았음에도 

      눈을 꼭 감고있던 나에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또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진하는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나의 손과 양말을 

      벗겨 발을 마저 닦아준 후 침대 밑에 쪼그리고 않아 그렇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손으로는 나의 

      가슴을 토닥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강연아...........강연아...............우리강연이..........자야지......... 

      자고 일어나면...........달라질지도 몰라...........강연아.........내 강연아...... 

      늘...............내가 이렇게 지켜줄테니깐.......내가 이렇게 사랑해줄테니깐............. 

      이젠 그만 울고 ........잠들자.........." 




      아주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마치 자장가를 부르는 듯한 진하의 목소리에 난 정말로 그렇게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아주 슬픈 꿈을 꾼 듯한 그런 아련한 슬픔이 묻어나는 밤이었지만 아마도 며칠째 깊이 잠들지 못했던 

      나는 진하의 따스한 손길과 부드러운 목소리에 취해 그나마 근래 들어 정말 편안히 잠이 들 수 있던 것 

      같았다. 





      이상스럽게도 유난히 눈부신 햇살에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눈을 뜨니 내 방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난 어제 울어버린 탓에 뻑뻑해진 눈을 굴려야만 했다. 

      그리고는 곧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진하의 집임을 곧 알게 되었고 언제 갈아 입혀졌는지 베이지 색 

      반바지에 하얀 박스 반팔이 날 잠시 얼굴 붉히게 만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휘청거리는 몸을 추스리고 전에 한번 와봐서 이미 알고 있는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며 난 정말이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해 져버리고 말았다. 

      술 너무 마신 것 때문인지 창백한 안색이 더욱 하얗게 질려 있었고 두 눈은 정말이지 앞이 보이는게 

      신기할 정도로 부어있었다. 

      찬물을 한껏 틀어서는 계속해 눈의 부기를 제거하고 있으니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진하가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약간은 장난기 묻어난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쿡~~지금 그렇게 눈 부은 모습도 귀여운 걸~~속은 괜찮아??해장국 사왔는데~~눈 부어도 이쁘니깐 나와서 

      밥 먹자~~내가 준비할테니깐 얼른 나와!!!" 




      여전히 부드러운 느낌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진하 때문에 나도 잠시 웃어 버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작게 



      ' 도대체 또 어제 얼마나 추태를 부린거야??정말 저 사람 앞에서 몇 번을 울어 버린건지....' 







      진하가 사온 해장국을 먹으면서도 진하는 한번도 어제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나도 역시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아 그저 가만히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움이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자리잡아버렸다. 





      점심시간이라서 잠시 나온 것이라는 진하는 진하의 집에서 바로 출근해도 된다고 했지만 난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며 집으로 간다고 하니 진하가 날 바래다주었다. 

      막 동네를 들어서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선이 가는 그곳은 2층으로 된 진한 벽돌 색의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언제나 나의 시선은 늘 그곳을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았다. 




      "강연아~!!" 

      "네????무슨 말했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 여기서 어디로 가야돼???" 

      "아.........그냥 아무생각도.........어 저 여기에서 세워주시면 되요...." 



      나의 말에 진하는 천천히 차를 세우고는 차의 잠금 장치를 풀어주었다. 



      "어제는 고마웠어요....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내가 안전벨트를 풀며 말을 건네자 진하는 그저 날 보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막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잠깐만~~!!!!" 

      "네??앗~!!" 




      갑자기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갑작스럽게 나의 입술에 쪽~하고 베이비 키스를 날리는 

      진하는 언제나 처럼 개구진 표정으로 



      "이 정도는 괜찮지?? 어제 숙박비~~!!!" 



      싱글거리며 웃는 진하에게 얼굴이 붉혀진 채로 난 서둘러 '저 들어갈께요~'라고 말을 더듬거렸고 

      진하는 그를 뒤로하고 서둘러 차에서 내리는 나에게 한껏 웃음이 묻어 난 목소리고 '전화할게~' 라는 

      인사말도 꼭 남겼다. 

      언제나 처럼 항상 밝은 사람이기에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웃게 되버려서 그저 그런 느낌이 

      선현과는 다른 그런 느낌의 그가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외박해서 죄송하다고 어머니께 말하고 나니 진하 때문에 평소보다 그나마 낳아 보이는 

      나의 표정에 어머니의 표정까지도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출근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한숨 자야겠다는 생각에 문득 진하가 전화할께라는 말이 

      떠올라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으니 이미 밧데리가 다되어 꺼져버린 후라 난 서둘러 새로운 밧데리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길게 종료 버튼을 누르니 점점 밝아지는 액정에는 날짜와 시간을 알리는 표시가 났고 화면에는 

      귀여운 아이들이 서로 뽀뽀를 하는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선현이는 다른 걸로 이미 바꿔 버렸겠지??" 




      예전에 선현과 함께 다운받아 저장해 두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씁쓸히 웃어 보이며 지워버릴까?? 

      고민하다 결국은 그냥 플립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자가 왔다는 표시의 벨소리가 들리면서 난 진하를 떠올렸다. 

      벌써 회사에 도착했나??그리고 방금 닫았던 플립을 다시 열면서 수신자란에 <나의선현>이라는 이름에 

      순간 철렁하고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강연아! 난 말야...네가 담배피는 모습이 정말 싫었다....지금도 싫은데 ...너무 싫은데도 

      지금은 곁에서 말해줄 수 없으니깐........그냥 바보 같아........너와나 모두..........] 





      그 문자를 다 읽어감과 동시에 난 그저 잊고있던 담배를 베어 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깊게...........최대한 도로 깊게 들이마시면서........ 






      "정말 바보 같아...........그래서................ 어떡하라고............." 














      8. 




      수도 없이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혹시나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웠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금방 쓰러져 잠이 들 것 만 같았던 나는 전화기만을 바라보며 결국은 그렇게 낯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있었다. 

      수도 없이 확인한 선현의 문자는 머리가 터져 나갈 정도로 날 혼란스럽게 만들기엔 너무나도 넘치도록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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